안녕하세요! 커피로그입니다.
지난 편에서 소개해 드린 'ARiSE Coffee Roasters'까지, 그동안 키요스미시라카와(清澄白河) 골목 구석구석의 에스프레소 바와 로스터리들을 찾아가 보았는데요. 오늘은 "키요스미시라카와에 가신다면 조금만 발걸음을 넓혀 여기도 꼭 들러보세요!" 하고 로컬 주민의 마음으로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은 숨은 보석 같은 공간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키요스미시라카와커피 생활권이자 바로 옆 동네, 한 정거장 떨어진 모리시타(森下)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 공간 'Snow Beans Coffee Lab(스노우 빈즈커피 랩)'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25년 동안 도쿄에서 수많은 커피를 마셔왔지만, 이번에 방문한 이곳은 커피에 대한 제 지적 호기심을 완벽하게 채워준 것은 물론, 뜻밖의 온기까지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 카페를 넘어선 연구소 : SCA 인증 교육기관의 아우라 >
모리시타의 골목에 위치한 'Snow Beans Coffee Lab'은 문을 여는 순간, '카페'라기보다는 정갈하게 정돈된 '커피 연구소'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줍니다.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 인증 교육 센터이자, 커피 감정사인 Q-Grader를 양성하는 곳답게 공간에는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동시에, 커피를 배우는 공간입니다.
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CQI (Coffee Quality Institute),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 – 커피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관 3곳의 인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춘 곳은 도쿄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각 인증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공인 트레이닝 캠퍼스
SCA는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교육 표준을 만드는 단체입니다. 'Snow Beans Coffee Lab'은 SCA가 공인한 트레이닝 캠퍼스로, SCA의 교육 체계인 Coffee Skills Program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초 이론부터 추출, 로스팅, 감각 평가까지 단계별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CQI – Q Grader 과정 운영
Q Grader는 커피계의 소믈리에 자격증이라고 불리는 자격증입니다. CQI (Coffee Quality Institute)가 인증하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커피 품질 평가 자격으로, 취득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Snow Beans Coffee Lab'은 이 Q Grade 과정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제가 방문한 시점에도 7월 코스 접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또한 CQI의 Q Processing Program 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커피 가공 방식이 품질과 풍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있게 배우는 과정입니다.
ACE – Cup of Excellence 파트너 & Gems of Saudi 2026 일본 공식 커핑 센터
ACE (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는 세계 최고 권위의 커피 품질 경연 프로그램인 Cup of Excellence를 주관하는 단체입니다. 'Snow Beans Coffee Lab'은 ACE의 In-Country Partner로 활동하며, 산지와 교육 현장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특히 눈에 띈 점은, 2026년 Gems of Saudi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 커피 품질 프로그램의 일본 공식 커핑 센터로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세계 무대에서도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Coffee Brewing Tournament Japan 주최
카페 교육과 인증 활동에 더해, 'Snow Beans Coffee Lab'은 Coffee Brewing Tournament Japan(CBTJ)도 주최하고 있습니다. 커피 추출 기술을 겨루는 대회로, 커피 업계 종사자들이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이 모든 활동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단순히 "커피가 맛있는 카페"라는 표현은 오히려 부족합니다. 커피의 생산부터 품질 평가, 추출, 교육까지 – 커피의 전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루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 전문가의 디테일한 가이드, 그리고 뜻밖의 선물 >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문적인 랩(Lab) 형태의 공간은 자칫 차갑거나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번에 만난 스태프분은 제 예상과는 정반대로 정말 친절하고 상냥하셨습니다.
제가 원두를 고르며 고민하고 있을 때, 스태프분께서는 단순히 메뉴판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각 원두가 갖는 고유의 개성, 가공 방식에 따른 맛의 차이, 그리고 왜 이 원두를 지금 추천하는지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셨습니다. 마치 과외 선생님에게 배우는 듯한 명쾌하고 전문적인 설명 덕분에, 원두를 고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수업처럼 느껴졌습니다. 원두의 향을 직접 맡아보고 과테말라의 원두를 선택했습니다.





추천받아 마신 아이스커피는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깔끔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잡맛이 없고 깨끗한 산미가 은은하게 올라오고, 끝맛은 청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걸어서 찾아온 보람이 있는 한 잔이었습니다. 화려한 향미보다는 정제된 깔끔함, 마실수록 편안해지는 타입의 커피였습니다.


< 서비스로 받은 커피 젤리 ( 현재 Sold Out) >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직원분이 슬쩍 자리를 뜨시더니 작은 컵을 들고 오셨습니다.
"지금은 솔드아웃 상태인데, 드셔보시겠어요?"
메뉴판에는 없는 커피 젤리였습니다. 이미 품절이 난 상태라 일반 손님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것을, 특별히 챙겨주신 것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를 하는 커피 젤리로, 커피의 풍미가 젤리 형태로 응축된 느낌이었는데, 보통은 크림이나 우유에 곁들여 먹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진한 커피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인상적인 젤리를 단독으로 먹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젤리의 고급스러운 커피 향이 너무 좋아서 다른 걸 섞어 먹기가 아까울 지경이요"라고 찬사를 건넸더니, "과찬이십니다!"라며 수줍게 웃어주시던 친절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 Snow Beans Coffee Lab 방문 정보 >
- 위치 : 도쿄도 고토구 모리시타 5-19-18
- 가는 방법 : 신주쿠선 키쿠카와역 도보 4분, 키요스미시라카와역 도보 12분
- 영업시간 : 10:00 ~ 18:00
- 인스타그램 : @snowbeanscoffee_morishita
Snow Beans Coffee Lab
Q Processing Program 加工方法の違いが品質や風味にどのような影響を与えるかを学び、 ポストハーベスト処理への理解を深めるためのプログラムです。
www.sbo.co.jp
< 내 돈 내산 솔직 후기 >
iki 시리즈를 연달아 다니면서, 커피의 맛만큼이나 "어떻게 대화하느냐"가 카페 경험 전체를 좌우한다는 걸 점점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Snow Beans Coffee Lab'은 그 부분에서 단연 최상위였습니다. 원두 추천부터 시작해서 추출 방식 설명, 커피에 대한 이야기까지 – 대화 내내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진심으로 커피를 소개해 준다는 느낌이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나누다 보니, 직원분이 웃으면서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혹시 커피 업계에 계신 분이세요? 아니면 전문가이신가요?"
도쿄 생활 25년 동안 커피를 마시고, 기록하고, 공부해 온 시간이 이런 순간으로 돌아오는구나 싶어, 오히려 제가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문가로 오해받은 칭찬이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전문 교육 기관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처음엔 조금 긴장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졌습니다. 전문가다운 전 확 하고 친절한 원두 설명, 그리고 예상치 못한 달콤한 커피 젤리 서비스까지. 이곳의 스태프분들은 '커피를 파는 사람'을 넘어 '커피의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습니다.
그동안 키요스미시라카와의 인스타 감성 핫플이나 웅장한 창고형 카페들을 충분히 즐기셨다면, 도보로 단 몇 분만 더 걸어서 이곳 'Snow Beans Coffee Lab'까지 코스를 확장해 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스페셜티 커피의 진짜 본질과, 로컬 주민만 아는 다정함을 온전히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25년 차 도쿄 로컬인 저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기분 좋은 카페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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